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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장

빌라도와 헤롯이 예수께 죄가 없다고 판단하다

빌라도와 헤롯이 예수께 죄가 없다고 판단하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실제로 왕임을 빌라도에게 숨기려 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이 왕이기는 하지만, 그분의 왕국은 로마에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예수의 말씀은 이러합니다. “내 왕국은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내 왕국이 이 세상에 속해 있다면, 내 종들이 싸워서 내가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왕국은 이 세상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요한복음 18:36) 예수께서 왕국을 가지고 계시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왕국은 아닙니다.

빌라도는 그 문제를 이쯤에서 끝내지 않고 “그러면 당신이 왕이오?” 하고 묻습니다. 예수께서는 빌라도가 올바로 판단했음을 알려 주려고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내가 왕이라고 당신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세상에 왔습니다. 누구든지 진리의 편에 있는 사람은 내 음성을 듣습니다.”—요한복음 18:37.

예수께서는 조금 전에 도마에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빌라도에게도 자신이 땅으로 보냄을 받은 목적이 “진리”—구체적으로 말해 자신의 왕국에 관한 진리—를 증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는 목숨을 잃더라도 그 진리에 충실하기로 다짐하고 계십니다.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오?” 하고 묻지만 설명을 더 들으려고 기다리지는 않습니다. 그만하면 이 사람을 판단할 만큼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합니다.—요한복음 14:6; 18:38.

빌라도는 관저 밖에서 기다리는 무리에게 다시 나옵니다. 그런 다음 아마도 예수를 옆에 세우고, 수제사장들과 또 함께 있는 자들에게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겠소” 하고 말합니다. 그 결정에 화가 난 무리는 이렇게 끈질기게 주장합니다. “그는 갈릴리에서 시작해서 이곳에 이르기까지 유대 전역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며 선동하고 있습니다.”—누가복음 23:4, 5.

유대인들이 불합리하게 광기를 부리자 빌라도는 어이가 없을 것입니다. 수제사장들과 연로자들이 계속 소리를 질러 댈 때 빌라도가 예수께 묻습니다. “저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들리지 않소?” (마태복음 27:13) 예수께서는 대답하려 하지 않으십니다. 터무니없는 고발을 당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시는 예수를 보고 빌라도는 놀랍니다.

유대인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서 시작”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빌라도는 그 말을 실마리로 잡아 예수가 사실 갈릴리 사람임을 알아냅니다. 이제 예수를 재판하는 책임을 모면할 방법이 떠오릅니다. 갈릴리 통치자인 헤롯 안티파스(헤롯 대왕의 아들)가 유월절 기간인 지금 예루살렘에 와 있으므로, 빌라도는 예수를 헤롯에게 보냅니다. 바로 이 헤롯 안티파스가 침례자 요한의 목을 벤 사람인데, 그 후 그는 예수께서 기적을 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그분이 죽었다가 살아난 요한이 아닐까 하고 염려했습니다.—누가복음 9:7-9.

이제 헤롯은 예수를 볼 생각에 기뻐합니다. 그렇다고 예수를 도와주고 싶어 하거나 예수에 대한 고발이 타당한지를 정말 알아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호기심 때문이며 “그분이 행하시는 표징을 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23:8) 하지만 예수께서는 헤롯의 호기심을 채워 주시지 않습니다. 사실 헤롯이 질문을 해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실망한 헤롯과 군인들은 예수를 “모욕”합니다. (누가복음 23:11) 그리고 예수께 화려한 옷을 입히고 조롱합니다. 그런 다음 헤롯은 예수를 빌라도에게 돌려보냅니다. 헤롯과 빌라도는 원수 사이였지만 이제는 가까운 친구가 됩니다.

예수께서 돌아오시자 빌라도는 수제사장들과 유대인 지도자들과 백성을 함께 불러 모아 말합니다.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 사람을 심문해 보았지만, 여러분이 고발하는 죄목에 대해 아무 근거도 찾지 못했소. 사실, 헤롯이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을 보면 그도 아무런 잘못을 찾지 못한 것이오. 이 사람은 사형당할 만한 일을 전혀 저지르지 않았소. 그러니 이 사람에게 벌을 준 다음 놓아주겠소.”—누가복음 23:14-16.

빌라도는 예수를 정말 놓아주고 싶어 합니다. 제사장들이 시기심에서 예수를 넘겨준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빌라도가 예수를 놓아주려 하고 있을 때 그렇게 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깁니다. 그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 동안 아내가 보낸 이런 전갈을 받습니다. “그 의로운 사람에 대해 아무 상관도 하지 마십시오. 제가 오늘 [아마도 하느님이 꾸게 하신] 꿈에서 그 사람 때문에 몹시 시달렸습니다.”—마태복음 27:19.

이제 빌라도는 이 죄 없는 사람을 놓아주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