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 I
(furnace; kiln)
다양한 재료를 가공 처리할 목적으로 설계된 가열실. (1) 광석을 제련하고, (2) 이미 제련된 금속을 주조하기 위해 녹이거나 단조하기 위해 가열하고, (3) 도기를 비롯한 도자기 물품을 굽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설계된 시설. 고대에 가마는 벽돌을 구워 내고 석회를 가공 처리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히브리어 키브샨은 영어 단어 “kiln”[킬른]으로 번역되지만 그 영어 표현의 현대적 의미와는 달리, 화덕(oven)으로 분류되는 구조물은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furnace”[퍼니스]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중에는 빵 굽는 데 사용되는 “화덕”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것도 있다.—호 7:4; 레 2:4. 화덕 참조.
대홍수 전 시대에 구리와 철 연장을 단조하는 일이 발전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창 4:22), 가마는 아마도 인간 역사 초기부터 개발되었던 것 같다. 직접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니므롯의 시대에도 가마를 사용하였다는 증거가 있다. 시날 땅에 바벨 도시와 탑을 건설하려고 할 때 대홍수 후 시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자! 우리가 벽돌을 만들고 굽는 과정에 따라 그것들을 굽자.” (창 11:3) 고대 바빌로니아의 유적에서도 고대부터 가마에 구운 벽돌을 사용하였음을 밝혀 준다. 내구성이 뛰어난 그러한 벽돌은 좀 더 중요한 구조물에서 벽의 표면 장식이나 지면의 포장에 사용되었다. 우르(한때 아브라함이 살았던 곳)에서 발굴된 일부 집들은 아래층이 구운 벽돌로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층은 햇볕에 말린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 같다. 햇볕에 말린 벽돌은 가마에 구운 벽돌만큼 내구성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값이 비싸지 않았고 제조가 용이하였으며 건조한 기후에서는 쓸 만하였다.—벽돌 참조.
이집트의 도기 가마는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는 굴뚝 모양으로, 아래쪽에 있는 불 피우는 구덩이와 위에 있는 소성실 사이에 구멍이 뚫린 칸막이 판이 있었다. 도기들은 땔감에 불을 붙이기 전에 이 소성실에 놓았다. 가마에 적정하게 불을 피우는 방법은 이집트의 도공들 사이에서 직업상의 비밀이었으며, 완성품에서 원하는 품질을 얻으려면 숙련을 요하였다. 공기가 불 피우는 곳에서부터 연도를 타고 빠르게 올라가면서 형성되는 흡인력은 칸막이 판의 구멍들을 통해 불길을 끌어당겨 도기 주위를 휩싸고 돌게 한 다음 도기 더미 위에서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였다.
여호와께서는 이집트와 그 나라의 교만한 파라오에게 내릴 여섯 번째 재난의 준비 과정으로 모세와 아론에게 “너희는 가마에서 검댕을 두 손에 가득히 움켜쥐어라. 그리고 모세는 파라오가 보는 데서 그것을 하늘을 향하여 날려야 한다”고 명령하셨다. 그러한 지시에 순종하여 “그들이 가마의 검댕을 가지고 파라오 앞에 섰다. 모세가 그것을 하늘을 향하여 날리자 그것이 물집이 나는 종기가 되어 사람과 짐승에게 생겼다.”—출 9:8-10.
성서 시대에 가마는 벽돌이나 돌로 만들어졌다. 텔아비브야포 북쪽 교외의 텔카실레와 가자 남쪽 텔옘메(텔감마)에서는 재판관 시대의 것으로 생각되는 원형 구리 가마가 발견되었다. 이 가마들에는 연소실로 공기를 유도하도록 설계된, 점토질 벽돌로 만들어진 큰 통풍관이 갖추어져 있었다. 가마 안에는 불에 타고 난 재 위에 돌 타일들이 있었고 그 위에는 구리가 든 점토 도가니가 고정되어 있었다. 므깃도에서 발견된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가마는 폭이 약 2.5미터에 길이가 3미터로, U자 모양이다. 이러한 종류의 가마에는 불 피우는 곳이 가마의 만곡부에 있다. 불 피우는 곳 입구의 밑에서부터 흡인되는 공기의 흐름은 불꽃을 두 개의 소성실로 강제로 지나가게 한 다음 가마 뒤에 있는 두 개의 연도를 통해 빠져나가게 한 것 같다.
다니엘의 충실한 세 히브리인 동무들은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 왕이 세운 금 형상 앞에 절하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그 왕에 의해 불타는 가마 속에 던져졌다. (단 3장) 이 가마가 그러한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반적인 목적으로 보통 사용되던 것인지 기록은 알려 주지 않는다.
석회용 가마 고대 팔레스타인에서는 석회석이 풍부하였기 때문에 석회용 가마도 사용되었다. 좀 더 근년에 이 지역에서 그러한 가마는 언덕의 경사지에 언덕을 뒷벽의 일부로 삼아 만들어졌다. 그러한 가마들은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고 거친 돌들로 지어졌으며, 돌들 사이의 틈은 진흙으로 메워졌지만 윗부분에는 넓게 트여 있는 연도가 있다. 내부에 부서뜨린 석회암을 적당히 채워 넣은 다음, 가마 기부(基部)의 불 피우는 곳에서 땔나무를 태워서 고온의 불꽃을 일으켰다. 가마 바닥의 터널을 통해 흡인되는 강한 공기의 흐름 때문에 불꽃은 석회석을 지나 올라가면서 그것을 가열하여 석회로 바뀌게 하였다. 이러한 공정은 보통 여러 날 동안 계속되었다.—석회 참조.
성서에서 가마(kiln)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하는 곳은 창세기 19:28이다. 그 성구에서는 가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많은 양의 검은 연기가 아브라함이 본 장면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당시 아브라함은 불타고 있는 도시 소돔과 고모라와 온 ‘지역’을 내려다보다가 “땅에서 짙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는데], 가마의 짙은 연기 같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참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시나이 산 기슭에 모였을 때, 그들 앞에 펼쳐진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광경 가운데는 시나이 산이 온통 연기로 자욱해지는 것도 있었는데, 이것은 “여호와께서 불 가운데서 그 위로 내려오셨기 때문이다. 그 연기가 가마의 연기처럼 계속 올라갔으며, 온 산이 매우 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출 19:17, 18.
「킹 제임스 성경」(영문)에서 사무엘 둘째 12:31은 다윗이 암몬 포로들을 “벽돌 굽는 가마”로 지나가게 한 것처럼 번역되어 있다. 하지만 히브리어 본문에서는 글자 한 자만 바꾸면, 그가 “그들에게 벽돌 만드는 일을 하게 하였다”를 의미하게 되는 것 같다.—「신세」; AT; RS.
비유적 용법 이스라엘을 혹독한 종살이의 멍에에 속박하였던 이집트는 비유적으로 쇠가마에 비하여졌다. (신 4:20) 또한 하느님의 분노를 이스라엘 집 위에 쏟는 것은 가마에서 금속을 녹이는 것에 비하여졌다. (겔 22:18-22) 비교를 위해서나 예시적인 목적으로 이 말을 사용한 다른 예를 보려면, 잠언 17:3과 27:21, 시편 12:6(“도가니”)을 참조하기 바란다.—정련, 정련하는 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