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제자들이 해안에 다다르자 매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악귀에 들려 몹시 사나운 두 사람이 근처의 묘지에서 나와 예수께 달려옵니다! 그중 한 사람이 특히 이목을 끄는데, 아마도 악귀들에게 더 오래 시달렸고 더 사납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불쌍한 남자는 벌거벗은 채 돌아다닙니다.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5:5) 그가 몹시 사납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서워서 그 길로 지나가지 못합니다. 그를 묶어 두려고 했지만, 그는 쇠사슬을 끊고 발에 채워진 족쇄를 부수어 버립니다. 아무도 그를 당해 낼 수 없습니다.

그 남자가 예수께 다가와 그분 발치에 엎드리자, 그를 사로잡은 악귀들이 그가 이렇게 소리 지르게 합니다. “가장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여, 내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나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느님을 두고 맹세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와라” 하고 명령하심으로 악귀들을 제압할 권위가 있음을 보여 주십니다.—마가복음 5:7, 8.

사실, 그 남자는 많은 악귀에 들려 있습니다. 예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내 이름은 ‘군단’입니다. 우리의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마가복음 5:9) 하나의 로마 군단은 수천 명의 군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악귀가 떼로 모여 그 사람을 괴롭히면서 그가 고통당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 악귀들은 예수께 “무저갱에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간청합니다. 아마도 자신들과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사탄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누가복음 8:31.

근처에 2000마리쯤 되는 돼지 떼가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돼지는 부정한 동물이라서 유대인들은 돼지를 소유할 수도 없습니다. 악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를 돼지들에게 보내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마가복음 5:12)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악귀들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2000마리나 되는 돼지가 모두 낭떠러지로 마구 달려가 바다에 빠져 죽습니다.

돼지를 치는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는 도시와 시골로 달려가 이 일을 알립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나옵니다. 그들이 도착해서 보니 그 사람이 악귀들에게서 벗어나 멀쩡하게 제정신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옷을 입은 채 예수의 발치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 일에 대해 듣거나 그 남자를 본 사람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그 일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예수께 그 지방에서 떠나 달라고 간청합니다. 예수께서 배를 타고 떠나려 하시자, 악귀 들렸던 사람이 함께 가게 해 달라고 그분에게 간청합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집으로 가서 친족들에게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해 주신 모든 일과 그분이 베풀어 주신 자비에 대해 알리십시오.”—마가복음 5:19.

대개 예수께서는 병을 고쳐 준 사람들에게 그 일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하십니다. 사람들이 떠들썩한 소문을 근거로 그분을 판단하기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악귀 들렸던 사람이 예수의 능력에 대한 산증인이 되어, 예수를 직접 만나지 못할 사람들에게 증언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증언은 돼지가 없어진 일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지 않게 막아 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떠나가 예수께서 해 주신 일을 데카폴리스 전역에 널리 알리기 시작합니다.